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는 철거민 가족의 심정을 설명하는 대목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한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주거 환경 개선을 내세우는 신도시와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은, 대기업이 건설하는 명품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가진 사람들’에게는 천국이겠지만, 여전히 폭력적인 재개발, 재건축에 등 떠밀리는 현실에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 체 쫓겨나며 피, 눈물 흘리는 사람들에게는 지옥일 것이다.
(“주민이 정착하기보다는 떠나는 개발이죠.” (최은영 도시연구소 소장)
“살던 사람들을 옆으로 밀어내는 사업이죠.”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이강훈 변호사)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재개발 방식을 이렇게 정의했다. 재개발로 그 지역에 있던 작고 저렴한 주택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인근 주택의 전세가격이 급등해 결국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일이 수십 년간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물론, 2002년 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는 세입자 주거대책이 여러 번 언급돼 있으며, 지방자치단체가 정비 계획을 세울 때는 반드시 ‘세입자 주거 대책’을 포함해야 하고,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할 때도 ‘세입자 주거 및 이주 대책’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2021. 06. 09 한국일보)
상도2동 재건축 지역에 약 10평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G00씨는 “10여년 전 4억에 계약을 하고 작년 6월에 계약금 10%가 입금됐다. 그러나 그 돈으로 갈 곳이 없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면서 “30평 아파트를 추가 분담금 없이 주던 아니면 평당 8천 이상을 주면 나가겠다.”며 격앙된 표정으로 말하자, 같은 지역 11평 소유주인 S00씨는 “나는 평당 8천5백은 받아야 나간다”고 동조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세입자 A씨는 “집주인이 조합과 계약을 했다며 잔금 들어오는 6월 30일까지 집을 빼라고 한다. 주변 전세가 너무 올라 갈 곳이 없는 실정이다. 재건축 지역이 아닌, 같은 상도동 30평 빌라는 3억에서 4억 사이다. 그 보증금으론 갈데없는 세입자들의 눈에 저들은 욕심을 부리는 것으로밖에는 안 보인다.”라며, 오순도순 살던 집주인과 세입자 등 지역민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번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아휴, 살수가 없어요, 조합 등살에, 그래서 지금 계약을 해줘야 하나 고민이에요, 그 돈 받아야 겨우 구축 빌라하나 살 돈이니, 다른 동네 가가도 어려운 것이 손자가 초등학생이라,. 우리에게 아파트는 꿈이에요.” 조합의 계약요구가 날로 거칠어진다며, 지역주택 조합의 공세를 견디기 힘들다는 70후반의 한 할머니의 하소연도 날아든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은 세입자 이주 대책은 크게 2가지로, 하나는 세입자가 새로 지어질 아파트의 임대주택을 신청하거나, 가족 수만큼 4개월치 주거 이전비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법에는 그나마도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 관계부처에 따르면 조합의 배려와 건물주의 아량 말고는 민사소송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건물 여러 채를 소유한 부자 주민들도 있다지만, 재개발 대상자들은 대부분은 빌라나 다가구 등 1 주택 소유자와 세입자들이라, 실질적 보상이 없으면 이들은 재입주가 불가한 상황이라 결국 쫓겨나가는 처지가 된다.
2~3십년을 터 잡고 산 원주민들은 낯선 동네에서, 비슷한 주거환경(빌라, 다가구 등)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가진 자들이 주가 되는, 소외되고 불평등하며 억울한 집주인, 세입자 양산하는 재개발, 재건축이 계속되어야 하는지, ‘난쏘공’은 오늘도 우리 사회의 끔직하고 잔인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상생을 위한 조속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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