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에게 보상하는 것보다 용역비용이 덜 든다는 이유다.
근본적으로 이런 구조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고위험 고수익 사업인 탓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자신들의 자본금은 없이, 십여명 지주의 동의와 그들의 토지와 신용을 담보로, 자본금의 수천 배에 달하는 금액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형태의 고금리로 대출 받아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기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하나도 없는, 타인의 자금으로 하는 도박이기 때문에 타인의 눈물엔 관심 없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는 내쫓기는 세입자의 피해에 반비례해 건물주나 조합이 이익을 얻는 구조라, 내쫓기는 세입자들의 피해를 보상해주면 조합이 가져가는 이익의 크기가 줄어들어 조합은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 것이고, 이것은 그 지역을 분양받은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등 이익과는 별개로 진행된다.
익명을 요구한 조합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가 생기면 그 지역이 발전하는 것이니 ‘주택 공급’과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공익’에 부합되는 일이다. 일부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1층에 살던 사람이 낯선 동네 반지하로 쫓겨나고, 세입자들은 더 외곽으로 내몰리는 상황은 이들에겐 관심 밖의 일로, 이들의 관심은 오직 돈이기에 원주민, 세입자들이 버티기라도 하면 ‘보상을 더 받으려고 생떼를 쓴다.’고 폄훼하며 용역까지 동원하는 것이다.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
위 글은 서울 아현동에서 어머니와 함께 보증금 200만 원, 월 25만 원짜리 월세로 살았던, 재건축이 시작되면서 강제 철거로 쫓겨난 지 3일 만에, 당시 37세의 세입자가 2018년 겨울에 남긴 유서라고 한다.
재건축·재개발의 대부분은 민간 건설사가 주도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사업을 인가만 해주기에, 조합은 사업이 시작되면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되고, 지자체는 뒷짐 진채 더 이상 지역민의 민원을 듣지 않는다. 현실의 재건축·재개발이 공익은 철저히 외면하고 개인의 이윤만을 추구할 수 있는 이유다.
철거에 저항하던 상가 세입자들이 옥상 망루에 갇혀 사망했던 ‘용산참사’는 먼 옛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도 옥상에 올라가지만, 기록되지 않은 무수한 사람들이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집과 일터를 빼앗기며 숨죽여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뉴스에 보도되지 않을 뿐이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가진 것 없는 자들은 맨몸으로 쫓겨나고, 개발 이익은 중상위층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악순환.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이 도입된 후 40여 년간 반복돼 온 우리나라 부동산 개발의 민낯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의 의견으로 제대로 된 방향으로 보인다.
“지금 방식은 완전히 거꾸로 된 거예요. 지자체가 도시 계획을 세워 공익에 맞게 개발을 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 방식은 토지·주택 소유자가 개발을 결정하고 시행하잖아요. 지자체는 인가만 해주고 뒷짐 지고 있고요. 토지 소유자들이 재산 불리려고 하는 사업에 도대체 무슨 공공성이 있겠어요. 이 거꾸로 된 걸 바로잡아 이윤이 아닌 공공복리를 목적으로 개발을 해야 난개발, 세입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국어사전을 보면 정치(政治)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2021년의 대한민국.
지금도 수백곳이 넘는 재건축·재개발 지역에서 수십만의 이주난민이 발생하는 서울, 가진 자의 논리로 없는 자의 희생이 당연한 것이 돼선 안 된다.
국회와 정치권은 약자라고, 소수라고 이들의 의견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정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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